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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를 보고하는 선교편지
김성수 2020-04-30 추천 0 댓글 0 조회 516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처처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는 재난의 시작이니라(마가복음13장8절).


주님의 은혜 가운데 사랑을 입은 종이 봄을 맞이하면서 일본 선교 소식을 올립니다.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 46분경, 겨울을 벗어나 봄을 맞이하고 있는 일본 열도에 예고도 없이 닥쳐온 M9.0의 세계 최대급의 지진이 동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일본 전 열도를 흔들며 지나가자, 동경을 기점으로 태평양 연안을 끼고 북해도 쪽으로 북상하는 전 지역이 지진과 지진 후에 닥친 쯔나미를 통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일부 도시와 지역은 궤멸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봄직한 광경들이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일본은 물론 전 세계로 시시각각 전달되면서, 그동안 중동지역의 민주화바람으로 그곳에 집중된 세계의 이목들이 일본에 쏠리면서 자연재해로 말미암은 끔찍스러운 모습들에 사람들은 경악하여 말을 잃어버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비탄과 고통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타 지역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안부를 묻는 전화로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들까지 통신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한국에 계시는 분들도 많이 놀라셨을 줄 압니다만, 불행 중 다행으로 오사카는 진도3의 지진이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전달되는 피해 현장의 속보며 중계를 통해 비쳐진 많은 사람들의 참상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비통함을 금할 수 없어 저희 부부는 밥을 먹으면서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일순간에 집이며 가족이며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달랑 몸뚱이 하나만 남은 사람들의 탄식이며,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가족들과 이웃 사람들을 피난소에서 재회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반가워하는 모습에 함께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주일에 마가복음 13장 7-8절의 말씀을 가지고「깨어 있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지금 일본이 만난 대환란이 우리를 비켜간 사실에 대하여 감사하며 환란 당한 자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향후 다가올 또 다른 지진과 재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나누었습니다.
주일 오전 오후 예배에 통성기도를 올렸고, 오후에는 특별기도회를 열어 그 동안 일본에 살면서 말로는 일본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가서는 일본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한 죄를 회개하면서, 하나님이 우리를 남다르게 일본에 보내 주시고 이곳에서 살게 하신 선교적 사명을 되새기며 기도하였고, 교회가 오랜만에 뜨거움에 하나 되는 감격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지진과 쯔나미가 지나간 이후가 문제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말미암은 2차 3차의 재해가 염려되며, 일단 쯔나미의 경계는 해제 되었지만 수일 이내로 다시 큰 지진이 온다는 소식에 전 일본 열도가 긴장하고 있으며, 초토화된 지역의 고립되거나 갇히고 묻힌 사람들에 대한 인명구조며 복구며 피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이런 일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 더 큰 재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신은 물론이고 전기, 수도, 가스가 끊어지고 동북부 지역은 3월이 되어도 밤이 되면 영하로 떨어지고 눈이 오는 상황이고, 구조대가 인근 지역까지 와도 쯔나미에 의해 산더미를 이룬 지진의 잔재물들이 길을 막거나, 빠져 나가지 않고 그대로 고여 있는 바닷물로 인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구조된 어느 중년 부인은 내가 구조 되어 내 생명이 살아 있는 것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고 하는 말에서 그 참상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어떤 부인은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 있는 사이에 지진을 만나 급히 집으로 가보니 자신의 집은커녕 마을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광경을 보고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으러 가야 된다고 말하면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모습에 도리어 제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떤 분은 한마디로 지옥이다.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전 세계가 일본의 재난에 대비하는 전 국민들의 모습에 감격과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피해 지역에서 물 한 통을 얻기 위해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도 모든 사람들이 조용하게 질서를 지키고 있습니다.
어느 곳을 가도 다투거나 고성이 오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자신이 만난 큰 재난에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하거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달랑 목숨만 살았는데, 그런 비극을 남의 일처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구조대가 온 정성을 다해서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그렇게 대응하는 지극한 정성이며, 정부를 비롯하여 전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에 과연 일본은 대단한 나라요 대단한 민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평소 토요일이나 주일이 되면 동경지역은 가족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나감으로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이 북적 그리는데, 어제는 공원이며 백화점 쇼핑센터 등이 한산했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에서 전 세계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일본은 이번 재해를 아무런 문제없이 잘 복구할 것이라고 합니다.

1995년의 한신대지진 때는 15초 동안 흔들렸는데, 이번 지진의 특징은 한신대지진보다 강력한 지진이 그것도 3가지가 겹쳐 연속적으로 강타하여 5-6분간 계속 흔들렸다고 합니다.
인명피해는 현재로서는 1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하지만 아마 십만 단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의 누수 현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 재앙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도 자국민을 향하여 다음번의 재난이 언제 어디를 엄습할지 모른다. 그러니 단단히 준비하자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선교사로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하나가 있다면, 복음이 없이도 복음적인 삶을 사는 이 일본 사람들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으면 세계 최고가는 나라, 민족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어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오직 우리는 그런 날을 소망하며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가운데 주어진 선교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일본을 위해 더 많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님의 은혜 안에서 평안하시길 기도하면서 샬롬.

2011년 3월14일  오사카에서 고 영수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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