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공 이야기
고영수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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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 이야기
한 사람의 석공이 있었다.
젊은 그는 하기 싫은 이 일을
생활의 수단으로
택하고 매일 돌을 쪼아대며
투덜거렸다.
뙤약 빛에 검어진 얼굴과
갈라지고 찢어진 손가락 사이에서
돌 쪼개는 일은
그의 직업이 되었다.
해는 떴다가 떨어지고
또 그렇게 바뀌면서
석공과 돌은 서로
한 몸처럼 느껴지면서
석공은 쪼개진 돌을 다듬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고
돌이 사랑스러운 만큼
남들 모르는 기쁨으로 설렜다.
바람은 알 수 없는 곳으로
빨리 흘러가고
석공은 구릿빛으로 골이 팬 얼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린다.
이제야 석수장이의 직업을 버리고
돌 만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물은 바람보다 더 빨리 흘러가고
더는 돌 다듬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아도
그는 돌을 떠날 수가 없다.
언제부터인지 돌 쓰다듬는 그 손끝에서
부드러운 온기를 느낀 후,
사람들은 몰려와 그를 예술가라고 격찬하면서
그의 흉상에 꽃다발을 걸었다.
1979년 10월 어느 날. 고 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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