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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1600호 기념 신앙문집-어느 소박한 구두 수선공의 청년
김성수 2020-03-15 추천 0 댓글 0 조회 565

 


 
 
어느 소박한 구두 수선공의 청년

소쩍새가 우는 어느 작은 섬마을에서 기러기 떼는 선두 대장을 중심으로 비행 군단을 만들며 날아가고, 그 아래 바닷가 모래밭에는 서로 올망똘망한 아이들이 돼지 자궁 벗공을 볏짚으로 싸맨 축구공을 가지고 희희낙락 노을이 질 때까지 맨발로 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운동화가 없어 맨발이 전부인 동네 축구장 바다는 아이들의 놀이터이며 삶의 지혜를 얻는 소중한 장소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십 수 킬로미터 걸어오면서 마을 쓰레기장을 지나 갈 때에 무엇인가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밑바닥이 다 떨어진 오른쪽 운동화 한 짝이었다.
당시만 하여도 운동화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얼마나 가지고 싶었던 운동화였던가!
학교 친구들은 거의가 검은 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그것마저도 낡아 떨어져 낚시 그물을 꿰매던 바늘로 기워 신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한쪽 운동화를 주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양동이에 물을 길어 그것을 씻기 시작했고, 햇볕이 잘 드는 빌렛못에 걸어 두고 마르기를 기다렸다.

그 때부터 나는 오른쪽 운동화 한 짝으로 꼬마 축구 왕이 되었고, 친구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운동화를 신고 힘껏 찬 볼은 항상 강했고, 내가 찬 볼은 누구도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요즘은 먹고 마시고 입고 신는 이런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제공될 만큼 여유로운 세상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것저것 먹고 싶고, 이것저것 입고 싶고, 이것저것 신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면서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살다 보니, 의식주에 대한 소중함이 사람들 속에서 어떤 思考를 일으키지 못하고 멈춰버린 시계처럼, 우리의 思考들이 그렇게 멈춰버리고 퇴화되고 만 것 같다.
나도 어느 듯 이런 시대의 문명사회 속에서 살다보니 그 옛날에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을 때때로 잊어버릴 때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 요 며칠 전에 갑자기 구두의 밑창이 뚫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 전날 구두를 신은채로 골프 연습을 해서 그런지 밑창이 금방 나가 버린 모양이다.
구두 하나로 생활하던 나는 당황한 나머지, 이전에도 몇 번 수리해서 신었던 경험이 있어서 쯔루하시 역 근처에 있는 구두 수선 방을 찾아갔지만 화, 목, 금요일 3일만 영업한다는 쪽지를 보고는 난감해지고 말았다.
전에는 이 구두 수선 방이 부친 되는 분이 하셨는데, 이제는 그 분이 돌아가시고 아들이 대신 나와서 수리한다고 했다.
그 아들과는 평소에도 서로 말을 건네는 사이로 함께 수시를 먹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또 가끔 집에서 만든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것은 젊은 청년이 대견스럽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구두를 한 번 고치는데 요금이 300엔이라, 정말 이것으로 생활이 가능할지 의심이 들 정도여서 구두를 고칠 때 마다 넉넉히 주고는 잔돈을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청년은 자기가 일한 만큼만 받는다고 하면서 한사코 거절하였다.

나는 그런 청년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왜냐면 바로 이런 청년들이 우리 주위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의 가치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시절을 다 잊어버리고, 흘러넘치는 풍요로운 세상에 살면서 물질의 소중함도, 인간으로서의 正道를 걷는 삶도 다 잊어버리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나는 이 청년의 모습에서 옛날의 내 모습을 추억하며 오늘의 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그 분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말씀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주님만 바라보고 그와 동행하면서, 이렇게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그들과 영원히 함께 살아가는 날을 기다리면서 오늘 하루도 믿음으로 살고자 한다.

2015년 9월 19일
한 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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