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136 「아시스의 성자를 찾아서」 지난주간에는 이탈리아의 중부지방인 피렌체와 작은 마을인 아시스를 방문하였습니다. 피렌체와 아시스를 가면 적어도 8백여년 전의 아시스의 성자인 성프란시스코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러나 어디를 둘러보아도 저의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고 무모한 것인가를 알았습니다. 청빈함과 거룩함,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신앙을 근본으로 하는 이 프란시스코의 자취는 간 곳이 없고, 이 중세 도시를 향해 일년 내내 홍수처럼 밀려오는 관광객들로 인하여 이 도시는 물론이고 많은 문화재들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세속적인 상업정신만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문화유산을 이용하여 이곳을 방문해 오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마시는 물 한 모금이라도 돈 없으면 마실 수 없으며,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배설조차 할 수 없는 곳이 유럽입니다. 그러므로 관광객은 마시지도 배설하지도 않으려고 애를 써는데, 아시스의 성자인 프란시스코를 기념하는 대성당 역시도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0.5유로(80엥 정도)를 지불해야 함에는 아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렌체의 경우에는, 중세시대의 화려한 문화재들은 견고하고 철저한 시스템으로 방위되어 있었고, 그것을 구경하려고 모여든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긴 줄을 서서 미국 공항의 입국검사대보다 더 엄중한 감시와 체크를 받으며 겨우 들어간 미술관 안에는, 사방팔방에 감시카메라와 감시요원들, 그리고 미술품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비되어 있는 보안장치에 둘러싸여서,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입장객들이 마치 죄수처럼 감옥에 갇힌 것 같은 대접을 받아야만 함에는 피곤함과 짜증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저는 말씀과 묵상을 잃어버리고 낯선 중세도시에서 유령처럼 방황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친구 선교사님의 안내를 받아 아시스의 성자가 속세를 떠나 홀로 고요히 묵상하면서 주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었던 먼 산중의 수도원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 산중의 바람은 차갑고 매서웠지만 수도원의 여기저기와 바위틈새에 묻어 있는 성자의 숨결과 자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방문을 마치고 그곳을 떠나는 발걸음에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신앙이 타락하면 물질과 명예와 향락이 주인행세를 하다가 그 끝에는 멸망 이외에는 남는 것이 없습니다. 아시스의 성자는 주님의 모습을 본 받으려고 청빈과 성결, 그리고 믿음을 통해 그것을 이루려고 몸부림치다가 젊은 나이에 아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교회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에서 풍부해지고 비대해지고, 견고해진 교회의 모습이 마치 하나님의 축복인양 착각을 하는 성직자들과 교회 때문에 이 시대는 생명 대신에 불행을 얻고 말았습니다. 기독교의 진리는 생명을 얻는 후에는 반드시 자신을 내어 주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주님이 우리에게 보여 주신 본입니다. 적어도 나 때문에 이 세상이나 다른 사람들이 고통하고 불행해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ー고 영수 목사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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