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밖에 모르는 사람들
김성수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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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밖에 모르는 사람들
공항 가는 길의 좁은 사거리에서 봉고가 승용차에 받혀 옆으로 누웠고, 그 옆으로 서로 먼저 가겠다고 신호를 무시하다 보니 길이 막혔습니다. 신호 하나만 더 기다리면 불편은 해도 살만한 세상일 텐데, 그게 안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사람들의 생각은 각각입니다.
사고 불감증은 여전하고 변화된 것이 없으며, 정부를 공격하고 비판하는 사람은 여전히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이민이라도 가야겠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불평불만이며, 사리사욕에 빠진 사람들은 여전히 세월 호를 핑계 삼아 욕심을 채우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겉으로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나 밖에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며, 그래서 이웃이 있고 동료가 있고 친구가 있으며 상사나 부하가 있고 나라와 만족이 있는 것 입니다.
내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삶이 가치가 있고 보람이 있는 것이지, 모두가 사라져 버린 곳에서 내가 천하를 소유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며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1 년 전에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우리와 우리 자녀들에게 큰 충격과 아픔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큰 감동과 희망도 주었습니다.
남의 생명을 지키고 돌아보아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나 먼저 살겠다고 추태를 부리던 그 순간에도 자신의 생명은 돌아보지 않고 제 몸을 던져 남들을 살린 사람들이나, 마지막까지 주어진 직무에 충실하며 사명을 감당한 사람들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그리고 임박한 죽음 앞에서도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향한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던 사람들, 함께 부둥켜 앉고 죽음을 맞이했던 이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에게는 감동이었고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감동과 희망은 너무나 순간적이었고, 일 년 내내 서로 싸우며 물어뜯고 비난과 욕설 속에서 너나없이 우리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세월 호처럼 침몰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자신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세월호가 침몰해야 나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가 있으며,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의로운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야 나 밖에 모르는 이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겠습니까?
한 때 공공의 적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고통스럽고 흔들리는 이 사회의 공공의 적은 다름 아닌 바로 나 밖에 모르는 이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부족한 것이 많고 때로는 살을 비벼대면서 함께 사는 아내나 자식이라도 섭섭하고 얄미울 때가 있는데, 하물며 남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것 까지 참아주고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용납해 줄 때, 화해가 있고 일치가 있고 사랑이 있으며 그곳에 보다 나은 밝은 미래가 있고 소망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이제는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침몰하는 또 다른 세월호가 없기를 바라면서, 무엇보다도 억울한 죽음이나 안타까운 희생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내 눈 앞에 있는 신호등부터 무시하지 말고 끼어들기 하지 말고 교통질서부터 제대로 지켜간다면, 이 작은 행동으로 인해 남들을 배려하고 양보해 주는 그런 사람들로 넘치는 세상, 그래서 분노의 목소리 높이지 않아도 이민을 가지 않더라도 살만한 세상, 그런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5.4.17.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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