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065
「추석이 그립습니다」
지금은 한국이 추석연휴에 들어갔습니다. 금요일부터 시골을 찾는 사람들로 고속도로는 체증으로 인해 사람이나 도로가 몸살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의 사랑하는 친구는 정읍의 부모님 집에 내려가기 전에 저에게 안부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일본의 추석이 양력으로 8월15일, 한창 더운 날에 지내다 보니, 우리의 어릴 적에 몸에 벤 그런 추석과는 거리가 멀고, 일본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는 한국추석을 잊어버린 지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의 전화는 참 반가웠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추석뿐 아니라 생일, 입학, 결혼이나 문병, 기타 명절을 맞이하면, 오고 가는 선물의 명분이 83가지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 한국인들이 의리나 인정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고국을 떠나 교포사회에서 20여 년을 목회하고 보니, 처음 개척 초기에는 성도들이 어려운 살림 가운데서도 명절을 당하면 목회자에게 적은 것이라도 정성을 다해 선물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에 명절 기분이라도 조금은 느껴왔는데, 최근에는 갈수록 그런 일이 없어지는 것이,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도 오늘 같은 명절을 당하고 보면, 아무리 성도들의 생활이 어렵다하더라도 왼지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조선일보의 인기 칼럼리스트인 이규태씨가 오래 전에 쓴 글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아마존 유역에는 야노마마라 이름하는 부족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부족끼리 친화력과 단결력이 남다르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이쪽 부족은 그동안 자신들이 사육해오던 개들을 남김없이 다 죽이고, 저쪽 부족은 자신들의 닭을 다 죽여 없애 버린다고 합니다. 그 결과로, 양쪽 부족들은 서로간에 씨가 말라버린 닭이나 개를 이웃에 있는 부족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서로에게 닭과 개를 선물함으로 그 덕분에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며, 동시에 부족간의 친화력과 단결력을 강화시킨다고 합니다. 이렇게 야노마마족은 자신들의 소중한 재산까지도 스스로 희생하면서, 이웃 부족과의 단결과 친화를 더욱 소중히 하는데, 우리는 교회에 모일 때는 무엇인가 열기가 있어 보이다가도, 예배만 끝나면 썰물처럼 사라져 나가는 교인들의 뒷모습에서 모래알과 같은 인간관계를 느낄 때가 많은 것이 어찌 목회자만의 마음이겠습니까?
비록 우리의 삶의 환경과 조건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명절이나, 생일들을 기억해서 성도간에 인사말과 간단한 선물을 통해서 서로간에 인정이라도 주고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성경은,「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치 아니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일요4:20)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침 며칠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어릴 적 그 풍성했던 보름달의 추석이 마냥 그립기만 합니다.
2005.9.18. 고 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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